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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산불 피해가 극성이다. 가문 날씨와 강풍을 타고 화마(火魔)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올해 산불은 최악의 화마로 꼽힌다. 전국 곳곳에서 무려 수 백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고, 소방 당국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막대한 산림 소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터전이 송두리째 녹아내렸다.사소한 부주의나 건조한 날씨, 강풍 등이 산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의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40건의 산불이 발생해 총 2만 4782ha를 집어삼켰다. 10년 평균(481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반도의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지면서 산불 위험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산림청 국립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37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가뭄 등이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위험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도내 일부 지역은 산불위험지수가 90 이상으로 매우 높음을 기록하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날씨의 영향 뿐 아니라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논·밭두렁 소각 등 불법행위 우려가 높아지면서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들어 최근(4월4일기준)까지 전국에서 모두 430건(피해면적 922.91ha)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중 전북에서는 37건(20.95ha)의 산불이 났다. 지역별로는 완주·임실이 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익산(4건)과 남원(4건),무주(3건)이 뒤를 이었다. 원인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9건에 달했고,(3.37ha), 쓰레기 소각 4건(5.1ha), 담뱃불 실화 4건(0.48ha), 논밭두렁 소각 3건,(2.3ha), 성묘객 실화 2건(0.5ha) 등으로 집계됐다.
산불이라는 화마를 막기 위해서는 첫째, 우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산불이 발생할 경우 민가는 소방본부가, 산은 산림청에서 담당하는 이중적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통합적이고 일원화된 산불 방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방방재 전문 기관인 소방본부에 ‘산불방재 지원팀’을 설치하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소방 시설의 획기적 보강이 필요하다. 조선 시대 산불이 나면 물에 의지해 소화에 나섰다. 현대에도 헬기에 의존해 물을 뿌리는 원시적인 소방방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산불 진화대원들이 산속까지 소방 호수를 들고 불을 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산속까지 진격해 진화할 수 있는 살수차나 산불진화차의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와 함께 드론을 이용하거나 소화탄, 로봇소방차 등 첨단 소방기구의 도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낡은 헬기는 추락 사고의 개연성도 커지면서 진화대원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심지어 그런 헬기의 부품마저 제때 교체하지 못해, 노후화를 더 가속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노후 헬기의 교체 주기도 앞당겨, 안전한 최신 헬기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산림 인근 논밭의 쓰레기 소각을 금지하거나 공동소각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선진국 보다 낮은 임도(林道) 비율을 높여 산불 방어선을 확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구의 기후시계가 고장 난 듯 요즘 한낮 기온이 25도 가까이 치솟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벚꽃도 예년보다 2주 앞당겨 피어 이미 만개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예방이 필요하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칠 수는 없다.
박용근 전북도의회의원 / 새전북신문 2023.04.1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