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오메~이 시간에 두바이에서도 뛸라고?” 새벽 5시, 신발끈을 묶는 필자를 보고 룸메이트, 익산 김정수 동료의원이 걱정스러워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해외연수’에 나섰다. 자연인이던 시절, 필자 역시 선출직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주변의 시선에 선뜻 내키지 않았다.
“동상~해외여행 진짜루 처음인가?” 군산 강태창 의원이 의아해했다. 주말도 없는 학원강사의 특성상 국외여행은커녕 제주도 여행마저 신혼여행 포함 고작 세 번뿐이었다. 실상은 필자의 고향, 정읍은 사시사철이 아름답고 엎드리면 내장산이고 손 뻗으면 변산반도인지라 굳이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도모란 처지가 아니고 의지이기 때문이다.
“염의원~여러 지역을 방문해 식견문을 넓히는 게 앞으로 의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거야” 전주 김이재 선배의원이 거들었다. '인간은 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키에르 케고르의 말마따나 필자는 소신만큼이나 관계를 중시하기에 두말없이 동승했다. 실제로 정책 결정과 심의를 하는 사람들은 국내외 선·후진 문명과 문화의 접촉·교류를 통해 성공을 본받고 실패를 교훈 삼았다. 일본과 중국은 메이지유신과 신해혁명 전후 많은 인재들이 선진지를 체험했다. 이토 히로부미와 덩샤오핑이 바로 그런 지도자들이다.
“오메~이건 연수가 아니라 완전 극기 훈련이네” 전주 이병도, 송승용 의원의 맞장구다. 그도 그럴 것이 두바이 황보영 영사가 소개한 국영부동산 기업인 ‘나킬사’ 방문과 최병선 이집트 총영사가 손수 안내한 ‘이집트 문명 박물관’을 비롯한 7곳의 기관방문을 했다. 자정을 넘어 체크인해야 했던 게 다반사였고 급기야 군산 문승우 의원은 코피를 흘리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사막에 오면 사막 복장을 갖춰야지" 부안 김정기 의원의 제안에 윤영숙, 이수진 의원을 비롯한 전 도의원이 터번을 쓰고 중동을 누볐다.
두바이와 카이로는 많은 걸 시사했다. 두바이는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와 세계물류·산업·관광 허브로 ‘사막의 기적’을 일으킨 해가 뜨는 도시다.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매년 사우디보다 5배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이는 '세이크 모하메드'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의 결과다.
카이로는 ‘인간은 시간을 두려워 하지만 시간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는 아랍속담처럼 땅을 파면 고대유물이 나오는 세계 최고의 인류유산 보유국 이집트의 수도다. 하지만 카이로는 고대문명에 파묻힌 해가 지는 도시였다. 관공서를 출입하는데 절차가 복잡했고, 도로엔 차선과 신호등이 없었다. 도심 곳곳에서 양들이 풀 대신 쓰레기 더미를 먹고 있었다. 아스완 아브심벨 유적지 등 소변기가 국제표준(?)보다 높아 키 작은 완주의 윤수봉 의원은 간혹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집트의 GNP는 UAE의 1/20인 3,000불에 불과하고 빈민층이 60%를 차지했다. 이는 현 엘시시 대통령을 비롯한 수십년 장기집권한 군사정권의 무능이 아닐까 싶다.
아랍에미리트 현대문명과 이집트의 고대문명이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셰이크 자예드 대통령과 람세스 2세 같은 유능한 지도자의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두바이를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며, 불필요한 외교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UAE의 통일정책을 본받고 두바이의 팜 아일런드를 벤치마킹해 새만금개발을 서둘렀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망상일까?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일보 2023.04.1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