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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는 자존이다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3-06-30

“오메~ 대박이다!”얼마 전 장바구니 자전거를 타고 내장산 갈재를 내려오는 필자를 본 라이더들의 함성이다. 갈재는 4㎞ 오르막으로 라이더들의 훈련코스로 딱이다.

하지만 초급자에겐 신의 경지다. 특히 장바구니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것은 상급자도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무모한 짓이다. 

“염 의원, 장을 보려면 시장으로 가야지 이렇게 산으로 오면 어쩌란 말인가?  마라토너에서 라이더로 전향한 신춘만 전 정주고 교장 선생님께서 농담을 건넸다. 운동은 훈련으로 단련된 심장과 근육의 작용이다. 그런데 요즘 운동 애호가들은 서로 경쟁하듯 고가의 장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운동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이 발동했다. 무엇보다도 그 객기를 감행할 자신과 자존이 있었다. 

지난 5월?11일은 동학농민혁명기념일로 전라북도에 기반을 둔 유일한 국가기념일이다. 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참석한 대통령, 국무총리, 문체부 장관 등은 보이지 않았고 문체부 차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관영 도지사도 그 자리에 없었다. 필자의 요청을 받고 서울 출장에서 회군,?버선발로 달려온 행정부지사가 전라북도의 유일한 체면치레였다. 

국회의원은 더 가관이었다. 정읍·고창이 지역구인 윤준병 의원을 제외하곤 국회의원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지역에서도 냉대받는 국가기념일에 대통령은 그만두고라도 장관의 참가를 바란다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평소 “전라북도는 수도권이 아니라서, 영남이 아니라서, 전남·광주가 아니라서 차별받고 소외당했다”라고 하소연했고, 그 명분으로 전북특별자치도를 추진했다. 하지만 그날, 필자는 전북도 스스로 전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망각한 채 소외와 차별을 자처하는 게 아닌지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5월 10일 ‘세계 혁명도시 연대회의’와 국가기념일에 참석한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과 박정규·이수진 도의원이 이빨 빠진 호랑이 없는 곳에 선생질을 톡톡히 했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대에 역사가 밥 먹여주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제의 강제동원에 ‘제3자 변제’라는 해괴망측한 해법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보듯,?지역의 발전과 위상은 자기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에서 나오는 법이다. 

“동학농민혁명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위대한 혁명이다”?필자가 중학교? 학년이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일주일 전, 1980년 5월 11일 정읍농고 동학기념제에 참가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일성이다. 최근 고부 봉기를 기획한 사발통문을 비롯한 동학 관련 문서가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돼 그 말씀이 허언이 아님이 증명됐다. 

“우리의 묘지는 이 나라 백성의 가슴이다.” 전봉준 녹두장군의 일갈이라고 전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저항정신은 일제 치하에서는 항일운동, 독재 시대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한민족의 표상이 되었다. 

이런 전라북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망각한 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에 전북도 주요 인사의 불참은 자기부정이자 자기모독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 도대체 누구에게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전북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선물이 아니다. 그동안 나라와 민족에 대한 전북도의 노고와 헌신의 당연한 대가이자 자존의 산물이다. 

“장바구니 홧팅!” 라이더들의 함성에 무기어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3.06.3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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