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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땅굴은 곰이 팠는데 돈은 왕서방이 벌어가네….” 마치 침입 훈련하듯 제3땅굴로 밀쳐 들어온 한 관광객의 우스갯소리다. 지난 5월 말 '2030 청년세대 통일전망대 및 DMZ평화의 길 시찰'에 다녀왔다. 한때는 살벌한 반공교육의 현장이 이렇게 살뜰한 관광명소가 될 줄 몰랐다.
이 행사는 남북경색 장기화로 실질적인 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년의 인식개선 일환으로 전북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 추진했다.
서부전선 DMZ 도라전망대에 올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훼손된 검은색 개성공단 지원센터를 보았다. 한창 공단이 가동될 때만 해도 통일이 손에 잡힐 듯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현대아산과 여러 중소기업으로 조성된 공업단지였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이 추진되었고, 2005년에 업체들이 입주했다. 우리 전북에서도 7개 업체가 북한 땅을 밟았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발사를 빌미로 박근혜 정부에 의해 전면 중단되었다.
“개성공단은 평화가 경제번영을 담보하고, 경제번영이 평화를 더욱 굳건히 하는 국민과 민족 행복의 창입니다. 조속히 재개하여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대장정에 나서야 합니다.”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 행정관을 역임한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은 눈물을 머금으며 역설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변죽만 울렸지 남북관계를 오히려 악화시킨 점이다." 동행한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대표의 통탄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진보세력도 이럴진대 윤석열 정부 같은 극보수 정부에게 남북관계 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남북교류와 한반도의 평화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당면한 숙제다. 한반도의 전쟁 리스크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MF가 작년 7월부터 네 차례 연속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었다.
이처럼 남북문제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북한에게 퍼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무역흑자와 국내 투자를 늘리는 상수이자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과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다.
“오메~ 평양에 갈 때만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평양과 금강산을 두 번 다녀왔다던 김정수 도의원의 한숨이다. 땅굴은 붐비는 데 남북출입사무소는 썰렁했다.
사돈이 땅 사면 배 아프고, 논두렁 이웃이 의좋지 않은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북한의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권고하지 않는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냉엄한 국제 질서다.
어찌해야 하는가. 우는 아이 젖 주는 법이다. 분단 40년 만에 독일이 통일을 이루어 낸 건 ‘동방정책’으로 민족의 통일을 이끌어낸 빌 브란트 수상을 비롯한 좌우 세력의 일관된 통일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학우들이 취업 전선에서 싸우느라 통일 같은 거대 담론을 생각하고 공유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북대학교 김준기 학생의 토로다. 통일에 무관심한 청년세대를 탓하기 전에 독일처럼 분단은 분단 세대들이 해결했어야 했다. 만고불변의 결자해지 법칙이다. 더 이상의 방치는 미래 세대에 대한 배임죄가 아닐 수 없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극기와 인민기는 분단의 이념을 비웃는 듯 같은 방향으로 펄럭였다..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일보 2023.06.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