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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가 보낸 편지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3-05-16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교육기본법에는 모든 국민의 학습권과 교육의 기회균등 보장이 규정되어 있고, 초등교육 6년과 3년의 중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무란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회피해서는 안 되는 강제력이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의무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의미하기도 한다. 

장애인처럼 비장애인과는 다른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특수교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의무교육 범위가 확대 적용된다. 교육기본법이 정하는 총 9년간의 의무교육에 더해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교육을 모두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만 3세 미만의 장애영아교육과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 및 직업교육을 위한 전공과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다시 교육기본법으로 돌아가 보자. 교육기본법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이란 성별이나 종교, 인종, 경제적 지위,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특수교육법에서 장애인 등을 위한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의 범위를 비장애인에 비해 확대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러한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조건이 같지 않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동일한 의무교육 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실질적 균등이 아닌 기계적 균등에 불과하고 이는 곧 헌법적 가치와 교육기본법의 기본 이념에도 위배된다는 문제의식이 특수교육법 입법 취지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헌법에서 교육기본법 그리고 특수교육법으로 이어지는 법률상 위계와 내용은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라는 게 문제다. 누구나 다니고 있는 학교지만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여전히 학교가 절실한 현실, 이 씁쓸한 현실이 오늘날 우리 사회 특수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는 총 192개의 공사립 특수학교가 있다. 이 중 전북지역에는 10개의 특수학교가 운영 중인데 시군별로는 전주에 4개, 익산에 2개, 군산에 1개, 정읍과 남원에 각 1개, 그리고 완주에 1개가 있다. 완주를 제외하면 모두 시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농어촌 특수교육대상자들에게 특수학교는 남의 나라 얘기나 다를 바 없다. 그나마 2025년 개교를 목표로 장수군에 폐교 부지를 활용해서 10학급 규모의 특수학교를 설립할 예정이어서 동부권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서남부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지난해 부안군 관내의 한 특수교육 교사분이 교육감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열악한 특수교육 여건으로 인해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특수학교 설립을 건의하는 절절한 호소문이었다. 

편지에는 절박한 현실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소중한 학령기를 일주일에 몇 차례 방문하는 순회특수교사를 기다리면서 보내야만 하는 현실, 거주지가 부안, 김제라는 이유로 특수학교를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일반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 진학해야 하는 현실, 전주나 정읍의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기숙사나 이동 문제로 갈 수 없는 현실. 편지를 보내신 특수교사는 이를 두고 ‘가혹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교육의 균등한 기회보장과 의무교육을 명문화한 헌법과 교육기본법, 특수교육법이 현란한 법률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교육당국은 편지를 보낸 특수교사의 간절한 호소에 화답해줄 명백한 의무가 있다.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접근성이 양호한 특수학교 설립만이 유일하고 실질적인 대안이다. 더 이상 학교라는 공간이 누구나 다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김정기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3.05.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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