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오~메 선배님!, 의원님! 완주하셨어요. 대단하시네…. 그나저나 이제 나이 생각하셔서 고만 뛰세요….” 김관영 도지사와 국주영은 도의회 의장의 완주 축하 전화다. 작년 11월, ‘전북특별자치도법 연내통과’ 어깨띠를 두르고 JTBC 서울국제마라톤 42.195km를 막 골인한 필자에 대한 염려의 통화였다.
“염의원, 무릎 연골이 10년 전에 비해 많이 닳았네…. 나이 먹어서 고생하지 말고 이제 마라톤을 줄이시게….” 얼마 전 정읍의 신경외과 친구 법종이가 내린 진심 어린 진단이다.
맞는 말이다. 세상만사 박수칠 때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 그 이후로 일주일이면 최소 3일을 뛰던 내장산을 2일로 줄이고 대회 출전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정읍시육상연맹 회원들과 더불어 익산에서 열리는 아태마스터스 마라톤대회에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성공기원’ 머리띠를 두르고 하프마라톤(21.0975km)에 출전했다.
필자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사유의 몸짓이고, 의지의 다짐이자, 사회의식의 표현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맞선 ‘국회탄핵’을 시작으로 2017년 ‘정권교체’, 2018년 ‘종전선언’, 2019년 ‘검찰개혁’ 머리띠를 둘러매고 서울 한복판을 달렸다.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IOC가 공인한 생활체육분야의 국제 종합스포츠 이벤트다. 규모 면에서 하계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버금가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반환점에서 한반도의 아스팔트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초원의 몽골 선수를 앞질렀다. 마라톤은 풀이건 하프건 힘든 건 마찬가지다. 준비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태마스터스 대회를 개최하기까지 난관이 있었다. 체육회 등 유관 단체와의 유기적 협조와 14개 시군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국가 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고 국내와 도내 조직이 허술했다. 실제로 필자가 지난 3월 마라톤 참가 신청을 하려 했는데, 지역 체육회와 육상연맹은 그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대회가 내일모레인데 기가 막혔다.
다행히 당시 기획사업 본부장이었던 김철태 전북도 예산과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은 시군과 중앙부처, 국회를 설득해 총사업비 확보에 성공했다. 엔데믹 분위기 속에 빠른 일상 회복과 대책이 마련돼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더 세고 더 큰 놈이 몰려온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도내에서 치러지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다. 170여 개 국가, 4만 3,000여 명의 청소년이 새만금을 비롯한 도내 14개 시군에 12일간 머물며 ‘Draw your Dream!’이란 주제로 꿈을 펼치게 된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이자 청소년들의 세계 문화교류 축제로, 1920년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국제행사다.
국제행사는 그 나라와 그 지역의 품격이자 디딤돌이다. 파리의 에펠탑은 1889년 개최한 파리 엑스포의 산물이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붐은 2002년 월드컵이 계기다. 아태마스터스 대회와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내년에 실행되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서막이어야 한다.
친절과 주민의 호응이 생명이다. 그러나 하프를 뛰는 내내 박수치는 익산 시민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서포터들은 불친절했다. 명색이 국제대회가 동네 운동회보다 못했다.
‘1시간 40분’ 골인. 그러나 복장으로 보나 자세로 보나 질래야 질 수 없는 두 여성 선수에게 졌다. 세상은 준비된 자의 것이다.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3.05.1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