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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나 공동체 사회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서 신을 향한 제사를 지냈다. 제사는 단순한 의식으로 끝나지 않고 제물을 필요로 했다. 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죽은 제물보다는 산 제물이 더 귀한 제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정치적 제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중의 환심을 사고 시야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제물이 되는 무언가 또는 누군가는 언제든 권력자라는 제사장의 손아귀에서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제물은 여전히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참담한 심정 가누기 어려운 요즘의 ‘잼버리 정국’이 그렇다. 이번 잼버리는 역사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각지에서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과 관계자들에게 언어로 표현 가능한 최고 수위의 사과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잼버리 사태에 관해서 정부의 귀책 사유에는 눈감고 전라북도를 제물로 바치려 하고 있다. 이참에 아예 새만금 개발사업까지 제사상에 올릴 태세다.
이를 두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별 의미 없어 보인다. 비상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정부에게 상식 비상식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논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기 때문이다.
누구도 전라북도가 잼버리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잼버리 준비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집행부에 필요 사항을 주문했지만 좀 더 집요하고 강경한 태도로 나서지 못했다는 뒤늦은 반성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라북도를 정치적 제물로 삼으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고약한 행태까지 용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진행되는 사태를 보면 정부는 사정기관의 칼날과 재정수단을 동원해서 전라북도를 융단 폭격하려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마땅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사태는 꼬여만 가는 것 같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전라북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대중적으로 휘발성 강한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대중의 눈을 가릴 공산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되면 잼버리를 둘러싼 공론장에서 정부의 과실이나 무책임은 종적을 감추게 되고 말 것이다.
물론 잼버리가 정쟁꺼리로 변색돼버린 이상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정치적 제물을 찾던 정부와 정치권이 전라북도를 산 제물로 지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십 년간 소외와 차별로 점철된 전라북도 지역발전사의 궤적을 조금이라도 틀어보고자 몸부림쳐온 180만 전북도민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도의회가 잼버리 대응단을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잼버리 사태의 물길을 돌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보다는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다. 그것이 도의회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도의회에서 구성한 잼버리 진실규명 대응단은 앞으로 전라북도와 새만금에 드리워진 저주의 장막을 걷어내고 전라북도가 통째로 정치적 제물로 바쳐져 산화하는 극단적 사태를 막는 데 활동을 집중할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더라도, 그래서 어떤 식의 정치적 출혈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도적인 저항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1천 년 장구한 역사를 지닌 전북을 정치적 제물로 바치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저주의 굿판은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란다.
김정기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일보 2023.08.30.(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