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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코미디프로그램 소재로 희화화되는 잼버리를 보면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전라북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북도민께서 받은 큰 상처와 무너진 자존감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면서도, 잼버리에 대한 전북 때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제행사라며 법을 만들고 조직위원회를 운영해온 정부는 그 책임을 지방정부에게 떠넘기기 위해 감사원을 동원했다. 현 정부 일련의 행태를 두고 볼 때, 감사 과정 혹은 이후에는 검찰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시쳇말로 폭망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난 현재 누가 더 잘못했냐라는 질문만 난무할뿐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정부도 지자체도 정치권도 서로 떠넘기기 급급하다. 심지어 같은 지방정부의 수장인 대전시장은 2027년 대전시가 유치한 국제행사에 잼버리 대회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한다. 남의 아픔을 자신을 알리는데 이용한 치졸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전국적 관심사로 남겨진 잼버리대회 폭망의 책임은 차츰 시비가 가려지고 책임 소재가 파악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우리가 잼버리대회를 보면서 느껴야할 교훈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미안함이다. 이번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청소년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8월에 치러지는 잼버리대회에 폭염과 폭우 그리고 태풍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지난 6월 도정질문을 통해 김관영 지사에게 잼버리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폭염과 폭우는 물론이고 태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올해는 슈퍼 엘리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기에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기후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폭염과 폭우, 태풍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폭염과 가뭄, 폭우와 태풍, 대형산불, 한파, 녹아내리는 빙하, 해수면 상승, 멸종위기 동물의 증가, 기후난민의 발생 등 기후위기를 넘어선 기후재난에 대해 이미 수년전부터 경고와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기후재난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인류가 고통받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이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 껏 만들어낸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는커녕 더 많이 배출시키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인류의 책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닥친 위협이고 생존의 문제임에도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는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탄소중립 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도 늦고 행동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가 최종 승인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보고서(AR6 Synthesis Report)」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적은 3세대(2020년생)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탄소중립도 폭망이다. 그 책임은 지금 현재 행동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있다.
한정수 전라북도의회의원 / 새전북신문 2023.08.2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