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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최동훈과 문종대
작성자 :
정은호
날짜 :
2004-09-21
[시론]최동훈과 문종대 최동훈이란 뜬금없는 이름에 독자들은 한번쯤 들어본 듯 하면서도 ‘누구지?’ 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박신양, 염정아, 백윤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올해 대종상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신인감독상을 받은 사람이라고 설명하면 몇몇분은 바로 무릎을 탁 치며 ‘아’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네티즌을 대상으로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3년후 한국을 이끌어 갈 유망주 영화감독 1위로 꼽힐 만큼 전도양양한 차세대 주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강사를 하면서도 영화감독을 꿈꾸며 차근차근 작품을 준비했고, 그동안 10여편의 시나리오로 공모전에 응시하며 번번히 낙방의 쓴잔을 마셨지만 결코 굴하지 않고 내일을 준비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서너권의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독서광의 습관이 몸에 밴 덕분에, 그의 시나리오는 결국 비평가들의 호평을 끌어 냈는지도 모른다. 최 감독은 보습학원 강사로 객지에서 ‘꿈을 먹고 살면서도’ 결코 지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낙천적인 대사와 액션으로 버틴 ‘젊은 날의 초상화’ 그 자체이다. 그리고 마침내 2년동안 고치고 또 고치며 완성시킨 시나리오 ‘범죄의 재구성’으로 300만 관객의 박수를 받게 되었다. 최동훈 감독은 전주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1가 본적인 바로 우리 이웃이다. 문종대란 이름에 여러분은 한번더 고개를 갸웃뚱 해야 할 것이다. 카레이서도 아니고 운전사란 직업앞에 프로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다들 궁금해 알줄 안다. 최동훈 감독과 나란히 소개되는 문종대씨는 어떤 사람일까? 문종대씨는 전주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진짜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원래 도축과 관련된 운수업에 종사했는데 벌이가 시원찮은 판에 투잡(Two Job)이 유행이라는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겸 해서 나선 일이 대리운전이란다. 그럼 왜 문씨가 프로인가? 대리운전을 시작한지 석달만에 어지간한 월급쟁이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대리운전 기사들이 한달에 벌어가는 수입은 50-60만원선. 하지만 문 씨는 그들보다 예닐곱배 많은 목돈을 움켜쥐는 프로다. 그도 이 일을 시작한 첫 달에는 남들처럼 아르바이트 비용정도를 챙기는데 급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둘째달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를 프로기사로 만든 노하우를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 누구나 다 그렇듯 민첩함과 성실함을 빼놓을수 없다. 그의 고객이 되어 본 사람은 단번에 그의 친절함에 쏘옥 빠져든다. 하지만 그는 절대 개인적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비결이다. 단거리 운행이 생명인 이 세계에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손님의 러브콜은 독약이라는 것. 제법 먼거리라도 아는 사람이 연락하면, 그것도 술한잔 걸친 지인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그는 절대 개인명함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 비결은 대리운전에 필요한 장비 구입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문 씨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사용하는 무전기, 휴대폰은 세 개나 된다. 그래서 그는 어느 한 회사에만 소속된 직원이 아니라 이 직종의 유일한 프리랜서라고 한다. 그의 부지런함과 서어비스 정신을 잘 아는 업소 여기저기서 그에게 스카웃 제의를 해 지금 그는 세군데 회사의 대리기사로 활동한다. 그리고 그의 행선지를 뒤따라와 픽업하는 차량과 개인기사를 별도로 갖추고 신속하게 다음 손님에게 이동하는 것도 그만의 성공비결이란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특유의 노하우로 지금은 새로운 본업을 개척한 문종대씨는 프로정신을 가진 우리 이웃이다. 오늘 소개한 최동훈 감독과 문종대 기사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절친한 친분을 나눈 사이는 아니다. 그들의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주변 사람들에게 듣었는데, 평소 잊지 않고 담아두었다가 풀어 놓은 까닭에 어쩌면 두분에게 결례하는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낼모레 추석을 앞두고 많은 분들과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고픈 욕심에서 꺼내든 필자의 히든카드니 다들 용서하시리라 믿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나름대로 성취욕을 갖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젊은이라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두사람이 우리 고장 전주와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는 정감가는 이웃이라는 점도 또하나의 공통분모다. 다들 어렵고 힘들다는 요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무색해진 상황이지만 두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도 우리 주변엔 기쁨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진호(전라북도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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