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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작성자 :
정은호
날짜 :
2004-09-15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십년만에 찾아왔다는 더위 만큼이나 올여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이 과거사 규명 문제이다. 변함없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어느새 우리곁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역사의 법칙에도 어떤 순리가 있다면 우리는 당당히 과거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굳이 E.H.카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확인하고 미래에의 전망을 하기위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60년간 우리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많은 사회적 문제점과 정치적 모순 체제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우리는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으로 민주제도의 발전을 이룩했다. 영웅주의 사관을 내세우는 측에서는 이러한 발전과정에서의 지도자 역할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민중주의 사관측에서는 발전과정에서 소외되고 희생되어온 민중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해석하려고 한다. 어떤 관점에서 있든지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고 정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 되돌아보기와 재평가하기를 통해서만이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에의 전망과 비전을 갖게 될것이다. 문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모든 선악의 문제들이 쏟아져나왔는데, 깜짝놀라 뚜껑을 닫았을 때 희망만이 그 상자속에 남았다는 신화처럼, 과거사의 모든 추악한 비밀들은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친일 규명작업도 민간 차원의 시민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 물로 축적되어 있다. 참여정부가 이러한 작업을 국가차원에서 벌이려 하자, 그동안 기득권에서 벌이려 하자, 그동안 기득권을 누리며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득세해 온 세력들이 반발하는 것이 작금의 혼돈 양태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우리민족처럼 역사의식에 투철한 민족도 드물다. 조선왕조 오백년의 역사를 조선왕조실록으로 남겨 세계문화 유산으로 인정 받은 우리다.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후세에 재조명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지난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건국 초기의 반민특위 활동이 친일세력의 득세로 타의에 의해 강압적으로 무산된 이래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생업에 쫓겨 잘먹고 잘사는 것이 최고라는 허무주의와 패배주의가 사회에 만연하고 짐짓 역사를 백안시 하는 듯 보여졌지만, 현명한 국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참여정부를 탄생시켜 역사 바로 세우기에 돌입하세 된 것이다. 이제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국가 정통성을 바로세우고 과거사 규명작업을 성공리에 완수해야 하는 책무가 이 시대에 주어졌다. 과거사 규명이 한풀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님은자명하다. 친일의 죄업을 저지른 일세대들은 이미 거의 세상을 떠났다. 남아있는 그 후손들이 조상의 업보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오직, 민족과 국가의 정통성을 바로 세워 후세에 귀감이 될 수 있기만을 바라는것이다. 후손들에게 민족과 국가를 바로세우기 위해 뜨거운 여름 뜨거운 가슴으로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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