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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청산,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필수다.

작성자 :
정은호
날짜 :
2005-03-11
역사청산,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필수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국민들간에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마련이다. 작게는 행동하는 습성에서부터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가 국가간의 이익과 맞물릴 경우 때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때 시중에서 이런 얘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상점에 들러 물건을 고르면서 보이는 반응들이 나라별로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경우는 ‘얼마를 지불해야 물건을 살 수 있는가’를 묻는 반면, 영국인은 ‘물건이 얼마나 질기냐"를 따진다고 한다. 프랑스인은 그 제품이 최신 유행인가 아닌가를 생각한다면, 일본인은 ‘물건 되팔 때 얼마의 이익이 남을까’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우리라면 무엇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아마 그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물론 우스개로 지어낸 얘기이지만 그처럼 국민성마다 차이가 난다. 문제는 그러한 일들이 개인들의 특성이 아닌 국가간의 이해와 관련됐을 때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불거져 나오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시비는 새삼 거론하기도 민망한 얘기이다. 가깝게 최근 중국에 관련한 보도 역시 충격적이다. 중국 동북공정의 우려가 이같은 역사적 왜곡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38종의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에 대한 역사가 단 한 줄도 기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고구려 역사만 보더라도 무려 700년을 넘게 명맥이 이어져온 자랑스러운 이 나라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 사이 중국 영내에는 무려 35개 나라가 흥망을 거듭했다. 그 중 30개 나라가 100년를 넘기지 못했고 200년을 지탱해 온 나라는 한과 당, 불과 두 나라에 불과하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대역사가 중국의 지방정부로 격하되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제 국제간에도 유형의 자산만이 아닌 무형의 자산조차도 뺏고 빼앗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위 사례에서 나타나듯 역사적 실제조차 그 나라 국민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국가간의 이익에 의해, 특정인들의 보신을 위해 언제든지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새삼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과거사 청산을 부르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가치를 조명하고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가는 기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이도 우리는 지난 역사에 대해 충분한 검증과 반성을 거치지 않고 살아왔다. 먹고 살기에 급급해지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핑계로 흐지부지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역대 정부의 시도와 좌절을 통해서 역사 청사이란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김대중 정부의 제2건국운동의 모든 시도들이 용두사미처럼 끝나고 말았다. 역사적 청산이 정치의 논쟁과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자 국가의 근간을 세우는 총체적인 과제라는 사실을 무시했던 결과이다. 그런 불충분한 역사적 청산으로 말미암아 어느 노교수처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는 오히려 천만 다행이며, 저주할 일이라기보다는 도리어 축복”이라고, “친일행위를 한 것 때문에 나무라고 규탄하거나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망언이 버젓이 회자될 수 있는 사회의 환경인 것이다. 이제 과거사 청산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 또한 그것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맑은 물에 한 방울의 잉크가 섞일 때 제때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연이라면 시간이 해결책일 될 수 있지만 사회내에서 부조리와 불합리가 자연적으로 치유됐던 사례는 없다. 만약 우리 시대에서 올바로 역사의 주권이 서지 않는 한 우리의 다음 세대에는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지 못하는 거짓과 혼동의 사이비 역사관으로 소중한 우리선조의 얼과 고귀한 정신이 실종될 건 불을 보듯 뻔한 자명한 사실이다. 역사에서 무서운 건 용서나 화해가 아닌 망각이다. 과거사의 규명과 확실한 역사의 청산,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시대에 확실히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전라북도의회 운영위원장 윤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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