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염 의원님, 역전마라톤 참가하실 수 있나요?” 신영근 정읍시 감독이 ‘제35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출전을 권했다. 마라토너라면 한 번쯤은 참가하고 싶은 전북 14개 시군 대항전이다. 하지만 필자에겐 나이로 보나 기록으로 보나 무리다. 정읍 출신 심종섭 국가대표와 함께 뛰는 것은 영광이지만, 정읍 순위에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필자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의지의 다짐이자 사회의식의 표출인지 오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맞서 ‘국회탄핵’을 시작으로 2017년 ‘정권교체’, 2018년 ‘종전선언’, 2019년 ‘검찰개혁’ 머리띠를 매고 서울 한복판 42.195km를 달렸다.
도의원이 된 이후로도 ‘전북특별자치도 연내 통과’, ‘새만금잼버리 성공 기원’, ‘전북이 봉이냐?’를 둘러메고 전국을 누볐다. 언제부터인가 마라톤은 시대의 부름에 부응하는 ‘달리는 프로파간다’가 되었다. 이번 역전마라톤대회에서는 ‘전북이여~ 국회로!’를 선정했다.
지난 8월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피해는 전라북도다. 대회 성공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활을 꿈꾸었던 전북의 도모는 삼일천하로 끝났다. 파행 책임의 독박을 쓴것도 모자라 예산 삭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는 오발탄이다. 잼버리 파행은 여성가족부가 주도한 조직위원회에 권한과 예산이 집중돼 전북도의 역할은 미미했다. 그럼에도 올연히 전북도에 올가미를 씌웠다. 윤석열 정부의 ‘남의 탓’ 정책의 연장선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잼버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새만금 SOC 국책사업 예산 삭감은 책임회피·전가의 꼼수다. 비열하다.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이 90% 삭감될 때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40배 증액했다. 예타 통과도 못한 서산공항은 10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지역 차별을 넘어 전북 멸시다.
전북도는 나라의 독립과 자치, 그리고 민주화의 뿌리인 동학농민혁명의 성지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의병과 독립투사 그리고 열사를 배출했다. 그 숭고한 헌신에 보상은 못 할망정 '지사~ 지금 웃음이 나와요?'라며 검사 출신 여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도지사를 겁박하고 전북도민을 조롱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전북도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삭발과 단식으로 항거했다. 전북애향본부(총재 윤석정)를 중심으로 102개 시민사회단체가 '전북인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했다. 11월 7일 500백만 도민이 여의도에 총집결한다. 빼앗긴 예산과 권리, 그리고 자존감 회복을 위한 대정부 저항운동이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가리.' 이는 ‘을미(1895)적 거리지 말고’ ‘병신(1896)년까지 끌지 말자’며 ‘갑오(1894)년 봉기에 적극 참여하자’는 내용의 구전민요다. 동서고금 역사의 진보는 투쟁의 산물이다. 젖꼭지를 물어야 젖을 주는 법이다.
2023년 11월 7일은 전라북도가 지금처럼 차별과 소외로 침체하느냐, 전북특별자치도로 거듭나 웅비하느냐를 결정짓는 변곡점이다. 그 변수는 ‘쪽수’의 다소 여부다. 민주사회는 쪽수의 양이 변화의 질을 결정한다.
"빡빡머리~ 홧팅! 그날 국회에서 보시게요~." 익산 덕실교차로에서 마주친 한 도민의 응원 덕분에 간신히 꼴찌는 면했다.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일보 2023.11.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