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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정부는 유·보 이원화 정책을 택해왔다. 달리 말해, 영유아에 대한 정부의 통합되고 일관된 정책을 펼쳐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교육청과 시·도청으로 나뉘어 만 0세에서 만 5세까지의 영유아를 교육하고 돌보는 별도의 체계를 각기 운영하고 있다.
또, 재정 기준, 시설 기준, 교사 자격 기준 및 복지 기준을 각각 별도로 갖고 있어, 가장 기본적인 통합된 영유아, 교육·보육에 대한 기초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교육통계, 복지부는 보육통계를 발표하고 있어 이에 따라 현실적인 수급 계획과 장기적인 정책 수립 등이 불가능했다. 결국, 학부모와 영유아들은 가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출발점 평등을 누리지 못했다.
또, 이런 유·보 이원화는 결국 기관과 시설들의 원아 모집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 경쟁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적용보다는 영재교육, 조기교육형 특별교육의 수단이 되버렸다.
그 결과, 사교육비의 고공행진으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 공교육에 대한 믿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울러 교사들의 처우는 뒷전으로 밀려 있고, 교육부나 교육지원청 그리고, 보건복지부나 시·도청은 교사들의 신분과 처우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이원화 정책은 영유아,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익숙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실천 방식이 일관되지 않아, 앞서 언급한 기관들은 각자 맡은 범위 내에서만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온 마을이 추구하는 협업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돼 28년간 끌어온 유보통합 논쟁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영유아, 교육·보육 체제가 붕괴할 상황에 놓인 현실에서, 추진되고 있는 영유아 중심, 질 높은 새로운 교육·보육 체계 마련을 위한 유보통합 정책은 너무 늦었다.
따라서 지금 현시점에서 점진적, 연차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유보통합을 추진한다면, 절대적인 실패로 되돌아올 것이다. 단 5년만 지나도 영유아 수의 3분의 1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는 많은 쟁점을 합의하고, 합의한 쟁점들에 대한 준비 등을 거쳐 막상 실행되는 시점에는 이미 학령 영유아 수 등 많은 여건이 달라져 있을 것이고, 그사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도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출산율마저 저조해져 더욱 암울한 현실과 미래가 될 것이다.
현재 인구 절벽, 학령인구 격감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정부가 절차와 형식 없이 졸속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본인은 이를 하나의 과정으로, 그리고 유보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영유아 교육·보육의 일원화 수단임을 밝히는 바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우리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미증유, 아직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직장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보육난이 가장 큰 문제다.
유보통합은 바로, 이 보육난을 해소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고, 우리 전북도에서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일도 주지 않고, 여러 가지 악재에 휘말려 제대로 치러지지 못한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를 핑계로,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무능력을 타산지석 삼아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유보통합 정책의 현장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 간의 사전 협업이 충분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김명지 전북도의회의원 / 전라일보 2023.10.2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