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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태어난 지역 혹은 학업·근무·여행 등을 통해 관계를 맺은 '제2의 고향' 등에 기부하는 제도다.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복리증진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2021년 제정된 이후 2023년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었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 방송인이나 정치인 등 사회 각계 명사들의 ‘1호 기부자’ 홍보에 나섰다.
당초 이 제도에 지방도시의 기대가 컸다. 지자체의 재정을 늘려 지자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기부에 동참한 출향인들과의 연계를 통해 이른바 ‘관계인구’를 확보해 지역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전국적으로 모금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해 온 지자체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행안부의 고향사랑기부제 10월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약 148억원 정도의 기부금이 모였다. 비공개 지자체를 제외하면 경북이 약 40억, 경남이 약 24억, 강원이 약 22억 그리고 전북이 약 10억 상당의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했다.
여기에 고향사랑기부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또 발생했다. 행안부는 유지관리비를 모금실적에 따라 지자체별로 차등 분담토록 할 계획이다. 모금실적을 모두 8단계로 나누는데, 2억원 이상 모금한 지자체(37곳)는 각각 2870만원씩, 모금액이 1000만원 미만인 지자체(28곳)는 각각 880만원씩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880만~2870만원 정도를 분담하는 수준이라 부담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이 밖에도 추가 예산이 들 수 있어 걱정이다. 실제 2022년에 고향사랑e음 시스템 구축비용 70억3000만원을 243개 지자체가 분담했다. 2023년 운영비로 약 900만원 정도를 분담했다. 이 밖에도 행안부가 주최한 고향사랑박람회 참가 등 각종 행사비로 많게는 수억원씩 내야 했다. 기부금 확대를 위해 자체 홍보비용도 지출했다.
지자체는 가뜩이나 모금규모가 저조한 가운데 날아든 청구서를 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애당초 정부가 소규모 지자체의 시스템 구축 부담을 덜어준다면서 만든 고향사랑e음이 오히려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억원 가량을 모금해 분담금으로 1538만원을 내야 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운영비 외에도 제도 홍보 등에 1억원 가까이 썼는데 실적은 이에 못 미친다”면서 “제도 활성화 없이 들어가는 비용만 늘어나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2억원 이상 모금한 지자체의 담당자 또한 비슷한 심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주민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충해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과도한 분담금 요구로 이런 취지가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실제 1000만원 미만을 모금하고도 88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H등급 지자체는 28곳이나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분담금을 내면 내년에 아무런 기금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구감소에 의한 소멸 위기의 지자체를 돕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부를 받는 시스템을 만드느라 정작 지자체가 모금한 기부금이 사용될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일본이 고향세를 모금하기 위해 민간 플랫폼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행안부가 막대한 비용을 들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 매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고향사랑e음은 7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들고도 잦은 오류와 낮은 편의성 문제를 계속 지적받는다”면서 “일본처럼 역량 있는 민간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기금사업의 성격에 부합하는 플랫폼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본 취지를 넘어 지자체에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계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용근 전북도의회의원 / 새전북신문 2023.10.1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