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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북 도민이 아닌가 봐요"
작성자 :
오은미의원실
날짜 :
2006-09-12
"우리는 전북 도민이 아닌가 봐요" [지방의회 돋보기] '닫힌' 도청 앞, 환경미화원의 절규 프레시안 2006-09-07 오후 3:16:50 어느덧 의회 청사에 드나든 지도 두 달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도청과 도의회 청사를 드나들 때면 호화로운 마감재와 전면을 뒤덮은 대리석의 위용에 기가 눌리는 듯하다. 도청과 청사는 지난 2005년 1728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만들었다. 요즘은 도로 앞 시청 부지에 천막을 치며 농성하고 있는 도청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씁쓸한 생각도 든다. 이들은 석 달 전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됐다. 청사 내에 개인 소지품을 두어서도 안 되고, 박수를 쳐서도 안 된다는 등의 행정처분을 받고 청사와 부지에서도 쫓겨났다. 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끝 모를 투쟁을 하고 있는 수많은 환경미화원 노동자들, 그리고 비지땀 흘려가며 농사일 하고 있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청사 내에 돌아가는 중앙제어식 에어콘, 하다못해 사무실의 형광등이라도 절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호화로운 건물과 최첨단 시설을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 열려 있는 공간으로, 주인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이렇게 으리으리한 도청사와 의회건물이 도청 직원과 시의원 등 소수에게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할까? 몇 가지 기억을 떠올려본다. 지난 8월 '한미 FTA 저지 전북 대책위'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수석을 초청해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 강연회를 개최하면서 필자에게 도청 내 장소 사용 섭외를 요청했었다. 담당공무원은 "담당 공무원 퇴근시간 이후의 행사이기 때문에 야간행사는 안 된다", "중앙제어식이라 5시 이후에는 냉방기가 꺼져 사용하는 도민들이 덥다" 등의 얼토당토 않는 이유를 대며 장소대여 불가를 통보했다. 그 이후에도 필자와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순회 문화제' 등 도청 내 공간 사용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야간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왜 우리만 안 된다는 건지, 공무원들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긴,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임시대의원대회마저 도청내부 지침 상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공직선거법 조항을 들이대며 조목조목 따졌더니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사용을 허락했던 도청이었다. 9월 13일부터는 임시회의가 열린다. 전북도의회 집행부에서는 '도 청사 시설물 사용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안'을 9월 회기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청을 통해 자료를 받아보고는 불편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사용제한 요건'은 말 그대로 집행부와 담당공무원의 행정 편의를 위한 조항이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모호한 기준과 근거를 나열해 놓고, 사용 제한 내지는 허락, 사용료 납부 혹은 면제의 결정 권한을 도지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음이다. "제6조(사용의 제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는 사용허가를 하지 아니하거나 취소ㆍ정지할 수 있다. 국ㆍ도정 수행과 관련한 제반 정책을 비방 또는 방해 목적으로 사용 신청한 경우." 이는 한마디로 자기네 입맛에 맞게 사용허가를 하겠다는 말이다. 정부와 전북도집행부의 정책과 입장에 방향을 달리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도민들은 청사를 사용할 수 없게 법으로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내용이 국ㆍ도정 방향과 일치하건 역행하건, 합리성과 진실성을 갖춘 목소리라면 일단 경청하겠다는 의지는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강연회나 토론회, 문화제를 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정부를 비방하고 방해하려는 세력으로 몰아가며 딴청 피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설명을, 때로는 애걸을 하면서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뒷목이 뻐근해질 때도 그들은 벽창호였다. 그 때마다 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여당의 단체장으로서 대통령의 저녁만찬에 단독 초대받아 대통령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노라고 자랑하던 도지사와 대통령의 관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도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조례안 첫째 조항에는 "도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 180만 전체 도민 중 사용제한 대상에서 자유로운 도민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며칠 전 열린 공공연맹 주최 집회에선 도청측이 청사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화장실도 못 가게 막았다가 노동자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마지못해 문을 열어준 일이 있었다. 이날 박수를 치지도, 구호 한번 외치지도 못하다가 20만 원의 벌금을 각오하고 마이크를 잡은 도청 미화노조의 한 노동자가 있었다. 비 쏟아지던 도교육청 앞 농성장에서 장애인교육권연대의 한 참가자가 있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우리는 전북 도민이 아닌가 봐요!" 건물은 최첨단이되, 시대를 거슬러가는 도청 안의 사고방식이 빚은 일이다. 도청사를 그저 그런 전시행정의 장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의 장, 의사 표현의 장, 주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생산과 소통의 장으로 폭을 넓혀주길 바란다. 우리의, 전북도민의 도청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오은미/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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