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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탄 빠진 국민이 원하는 것
작성자 :
유유순
날짜 :
2007-01-15
‘문을 나서서 보니 오직 백골만이 평원을 뒤 덮었네. 길가에 굶주린 아낙이 어린 자식을 들판에 버린다. 들리는 것은 처참한 신음소리, 눈물 흘리며 홀로 가네.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는 세상, 어찌 두 몸 살아남길 바라리요.’ 삼국지연의의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 중국 각처에서 봉기하던 후한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무능한 황제를 보필한다는 명분으로 신하들과 환관, 외척간의 권력다툼이 치열했고, 헐벗음에 견디지 못한 백성들은 도처에서 민란을 일으키던 그야말로 난세(亂世)였다. 이 시절 건안칠자(建安七子)라는 7인의 문장가가 있었다. 그리고 세인들은 이들 중 왕찬이라는 인물을 으뜸으로 쳤다. 이 왕찬이 형주의 유표를 만나러 가던 중, 도탄에 빠진 백성을 보고 지은 시가 바로 글머리의 칠애시(七哀詩)로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2007년 새해 벽두, 지난 연말부터 여론을 들 쑤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의 행진은 지난 9일 ‘개헌 관련 대 국민 담화’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각 당은 “민생안정과 동떨어진 정치적 계략 중단 요구”와 “개헌 논의는 진정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심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취임 초와 달리 계속된 정책실패, 아마추어리즘의 국정운영으로 돌아선 민심을 잡아보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 “진실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서 이 땅의 정치 안정과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 “당장의 정책실패로 인한 고통은 성장통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며, 푸른 하늘에 비할 것 없이 희망찬 미래를 구상하는 국민들은 소모적 정치논쟁은 재미없어 한다. 아니 소모적인 정치논쟁이 있는 곳에서 선진국형 국민들의 현실적 삶은 실현될 수 없다는게 더 정확하다. 정부 정책 불신을 주도한 부동산 정책은 사회 양극화 가속 폐달을 밟았고, 미봉책에 불과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차단했다. 실업자의 홍수와 노동자들의 숱한 파업은 직업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간의 심정적 갈등을 야기 시켰고, 저 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는 국가부담의 양적 팽창을 가져오고 있다. 경제문제가 주 원인이 된 이혼의 사유는 가정이라는 불가침 영역을 이미 점령했고,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강력 사전은 민심을 불안에 떨게 한다. 이런 와중에 명분을 앞세운 대선 주자들이 현 정권비판과 그에 대한 대안이 자신이라고 외치니, 후한 말기 중국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다시 시로 돌아가 후한시대와 한국의 현재를 비교하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문을 나서서 보니 백골만이 평원을 뒤덮은 것”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은 것과 다름없는 경제적 아사 상태의 실업자들이다. “길가에 굶주린 아낙이 어린 자식을 들판에 버리는 것”은 돈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가고 없는 부모들을 기다리는 우리의 어린이들이다. “들리는 것은 처참한 신음소리”는 경제난으로 인한 파업과 부도로 한숨소리 마를 날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며, “눈물 흘리며 홀로 가는 것”은 어는 곳에서도 이런 서민들에게 도움 줄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는 세상, 어찌 두 몸 살아남길 바라리요.”는 바로 희망도 대안도 찾을 수 없는 우리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국가 대내외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로 대통령의 마음 역시 편치 않을 것이다. 다원화 된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서로 교집합을 이루고, 상호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치문제가 확립이 된다면 다른 분야 역시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당장 선택에 있어서 정치가 우선돼선 안 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5년 단임제냐,’ ‘4년 연임제냐.’의 대통령 임기가 아니다. 국민들은 이상을 꿈꾸지 않는다. 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현실 속에서 조금은 부족해도 만족하게끔 해주는 이 사회 여건이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 정치인과 여당이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개헌, 분당, 신당창당 등의 논쟁이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는 뉴스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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