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6월민주항쟁 20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6월은 ‘님을 위한 행진곡’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 해 유월 나는 정권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현상수배범이 되어 쫓기는 처지였다.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6월10일은 장충체육관에서 민정당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날이었다. 온 국민의 직선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4.13호헌조치로 단호하게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전두환이 그의 심복 노태우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한 ‘체육관선거’를 벌이는 날이었다. 이날 그들만의 축제를 파탄 내는 게 바로 6.10 직선제쟁취범국민대회였다. 철 지난 양복과 어설픈 넥타이를 매고 명동 신세계백화점앞에서 그리고 안양에서 수배자 신분도 잊은 채 겁 없이 시위에 참여할 만큼 그 날의 대중적 열기는 뜨거웠다. 87년 항쟁은 기만적인 6.29선언으로 언뜻 이긴 듯 했지만 승리에 도취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분열하여 그 해 겨울 대통령선거에서 독재잔존세력들에게 그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뜨거웠던 6월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차디찬 겨울감옥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유예된 승리를 되찾는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다시 그후 10년 우리는 시대의 전환기를 맞아 민주주의를 튼튼히 뿌리내려야 하는 중대한 순간에 서있게 되었다. 87년 항쟁은 수 십년 계속되어 온 군부독재를 몰아낸 역사적 승리였다. 독재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일조직으로 뭉쳐 이룩한 승리였고 남녀노소 국민들의 참여로 이루어낸 승리였다. 여기에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는 대동의 정신, 국민들의 참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20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착실히 성장했다. 모든 권력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언론자유는 만개하고 최고 권력에 대한 지나친 비판도 허용되고 있다. 또한 2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세계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였으며 살림살이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외형적 성장이나 형식적 민주주의제도의 개선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결국 인간을 위한 제도이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손에서 다수에게로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정치권력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와 문화적 향유까지도 국민 다수가 누릴 수 있어야 진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를 통해 많은 것을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모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갑자기 너무 많은 민주주의를 갖게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끔 그럴듯한 향수를 자극하며 옛날이 좋았다고 노래부른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주의를 바라지도 않았고 언제든지 민주주의체제를 전복시킬 의도를 숨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세력들의 끊임없는 준동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지 잃어버릴 수도 있는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이 민주주의를 튼튼히 뿌리내리는 것 그것이 6월항쟁 20년을 맞는 오늘의 과제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축소가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력을 다투는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형식적 제도화를 넘어 실질적으로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는 각종 제도와 시스템, 문화를 바꾸는 것이 과제이다. 아울러 부의 독점을 완화시키는 것은 이시기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독점은 민주주의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발전,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은 사회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필요한 철학이다. 평화와 부국이라는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구호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생활의 실질적 개선을 이루어내는 정책과 비전 제시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만들어 줄 것이다. 민주주의는 참여로 완성된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다음 정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항쟁 20년을 맞은 오늘의 과제다.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