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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관전법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7-09-12
사람들은 이변을 기대한다. 뻔한 승부는 흥미를 끌지 못한다. 방송에도 '오버'해서 망가지는 사람이 다음에 또 불려나오지 않던가?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무관심한 것 같지만 무엇인가 안에서 꿈틀대고 있다. 선거 때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푸념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차이가 잘 전달되지 않을 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선거에 대한 경마식 보도에서는 지지율의 등락만 나타나고 정작 나라와 개인의 운명을 가를 정책과 본질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은 개인의 노력여부와 상관없는 구조적 문제이므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치를 통해서만이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내 삶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것이다. 사람의 선택이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고 나라의 발전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올 대선의 의미> 2007년 대선은 여야 모두에게 87년 체제의 극복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6월민주항쟁으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직선대통령제를 도입한 87년체제는 집권세력에게는 체제의 연장이고 민주세력에게는 미완의 승리였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에게 87년 체제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87년 이후 각 10년간의 집권을 통해 서로 평가할 객관적 근거를 갖게 됨으로써 올해 대선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약해지게 되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때로는 다소 선동적인 부패 대 무능의 구도와 케케묵은 이데올로기적 구호인 진보좌파 대 보수우파의 구도가 세워지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성장담론 대 복지담론의 대결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체 역사로 시간을 넓혀보면 해방이후 지속되어온 개발독재 50년 대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대결로 보는 것이 옳다. 이 두 세력은 엄연히 지역적 뿌리를 달리하며 역사적 경험과 미래 지향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되찾은 10년'을 내세우며 '5년 더'를 외치는 집권세력과 지금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옛 패러다임으로 복귀를 꾀하는 거대야당의 정면대결이 올 대선의 핵심쟁점이다. 올 대선 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이인제대세론의 잇따른 실패로 인해 아무도 섣부른 예측을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후보의 독주로 인해 올 대선이 싱거울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 첫 번째가 검증 변수이다. 검증은 기본적으로 네가티브한 것으로 과거 행적을 통해 적임여부를 가려보는 것이지만 그 파괴력은 막강할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유력한 상대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당경선과정에서 벌어지는 친노 대 비노의 구도는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참여정부 성과에 대한 평가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어떤 후보가 정해지냐에 따라 대선판의 주요 쟁점은 달라질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기존 정당 밖에서 꿈뜰대는 장외변수이다. 최근 '진짜 경제'를 내세운 문국현후보의 부상은 범여권후보결정의 마지막 남은 변수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 변수이다. 과연 지난 번 대선처럼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민주노동당지지자들이 투표함 앞에서 스스로 반수구연합전선을 실천할 것인지가 승패에 영향을 줄 것이다. <어떤 선택?> 그래 문제는 두 말 할 것 없이 '경제'다. 그러나 어떤 '경제'가 중요한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성장률을 따지는 경제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4-5%대의 낮은 성장률에서 찾는 사람들은 문민정부 한 때 10%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채 1년도 안되어 끔찍한 경제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조차 철저히 잊어버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5%면 어떻고 7%면 어떤가? 일자리 없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에게는 성장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자리정책과 주택공급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경제상황과 민생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두고 진지한 논쟁이 필요한 때이다. 97년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극복되었고 그 휴유증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양극화로 인해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인지가 '경제'논쟁의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을 경쟁적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하는 낡은 방식의 대결이 아니라 성장담론과 복지담론의 정면충돌을 보고 싶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면서 행복지수 112위 후진국가 대한민국! 여기서 향후 한국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바란다. 거기에 이르면 국민은 더 이상 구경꾼으로 관전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올해 대선에 거는 최고의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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