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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귤은 오늘도 회수를 건넌다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7-10-10
아침에 운동가는 길에 구청 앞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푸른도시가꾸기사업에 다같이 참여합시다” 도시숲조성에 관심을 가진 터라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아래 “가로수불법훼손자 5년이하징역"이라고 써진 문구를 보고 탁 멎어버렸다. 푸른도시사업에 참여안하면 징역형에 처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시민참여와 훼손처벌'을 동시에 거론하는 황당함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민참여로 이루어가는 살기좋은 도시‘만들기’가 시민을 동원한 겉치레의 도시‘가꾸기’로 되어버리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옆에 붙어 있는 현수막에는 "후손을위해 헌신해오신 어르신들께 기초노령연금으로 소중히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써 있다. 갑자기 행정기관이 용돈주는 고마운 아들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고령화사회에 대비하여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라는 보장측면에서 적게는 2만원대 많게는 8만원대의 소액을 지급하고자 도입한 노령연금제도를 지방정부는 보답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자녀와 가족이 담당해 온 노후보장을 사회적 책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 의도가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옛 말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정부정책도 한강을 건너면 그 철학은 사라지고 행정행위만 남아버리는 것을 경험해왔다. 참여가 동원이 되고 보장이 선심으로 변질되는 속에서는 복지예산이 매년 늘어난다하더라도 국민의 복지체감도는 낮은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날까? 지방자치의 시행에 따라 정책생산과 집행이 분리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이어주는 행정철학의 부재와 형식적 전달체계가 원인이다. 여기에 한몫 더하는 것이 '청동기시대'수준의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다. 신정아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서 드러나듯이 처음에는 학력위조사건에서 시작하여 권력형비리로 비화되더니 급기야 '선데이서울'을 보는 듯하다가 지금은 검찰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치 중계하듯이 매일매일 수사과정을 드러내는 검찰과 언론의 주고받기식 보도는 관심은 최대한 끌어올렸지만 결국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감동’은 없고 ‘드라마’만 우리는 2002년 국민경선을 또렷이 기억한다. 이해를 좇는 정치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로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한국정치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과정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불러왔다. 2007년 지금의 신당경선은 누구와 대결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전투구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여선거인단의 규모를 수십만에서 수백만으로 늘려 흥행을 거두려고 했던 오픈프라이머리는 더 강도 높은 감동을 바라는 국민들의 참뜻을 알지 못하고 선거인단의 양적 확대만 꾀하고 말았다. 그것이 선거인단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과 불법동원시비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모방하여 사람의 눈길을 끌 새로운 시나리오만 열심히 준비했을 뿐 정작 중요한 새로운 차원의 감동은 아무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감동의 정치드라마'를 재현하고자 했지만 '감동은 없고 드라마만 남게 되었다'. 귤은 오늘도 회수를 건너고 탱자를 귤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깊은 성찰 없이 부질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역사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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