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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금구 고택 전주 한옥마을 이전은 역사를 훼손하는 일
작성자 :
최병희
날짜 :
2007-09-19
등록문화재로 공고된 김제 금구지역 한 고택이 전주 한옥마을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며칠 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뒤 착잡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고택 이전문제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허술한 관리실태와 역사의식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전주에 사는 장 모씨는 최근 송하진 전주시장에게 자신 소유인 김제시 금구면 소재 전통가옥일체(안채 등 4동)를 기부했다. 장씨는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전통가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며 기부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선친의 집이 방치되어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을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다. 장씨가 기부한 고택은 제2대 도지사를 지낸 장현식씨의 사택이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펼쳤던 장씨는 1930년대에 전통방식으로 한옥을 건축했고, 이 집에서 구체적인 독립운동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했다. 그래서 김제시는 지난 2005년 이 고택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등록문화재로 공고했다. 그럼, 문화재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고고학. 역사학. 종교.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문화활동의 소산’이다. 70여년 된 전통한옥이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치가 크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택이 전주 한옥마을로 이전을 하게 된다면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역사성은 상실하게 된다. 즉, 문화재적 가치는 사라지고 단순한 한옥 건축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유서 깊은 금구 서도마을 인동 장씨 가문이 원하는 바가 아니고, 장현식 전 도지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본다. 물론 소유주 장씨가 기증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김제시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등록문화재로 공고해 놓고서도 그 가치를 높이기는 커녕 보존관리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제시는 이제라도 시민들의 문화유산이기도 한 고택을 보수해 현 위치에서 잘 보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장씨 집성촌인 금구면 서도마을에는 고택 외에도 제법 규모가 큰 한옥 10여채가 개량 한옥들과 어우러지면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한 전주한옥마을과 달리 상업화 되지 않고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 우리의 전통마을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구성산 자락을 끼고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동학혁명과 일제 강점기 수탈의 현장인 냉굴 등 많은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인근에는 모악산과 금산사 귀신사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과 사찰 등도 산재해 있다. 따라서 김제시는 이처럼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한옥마을을 재 조명하고 인근 유명지와 연계해 관광상품화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에 전통한옥의 문화적 가치를 의뢰한 결과 가치가 떨어진다는 답변 때문에 보수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안이한 행정태도는 지역문화유산 관리의 허점차원을 넘어서 김제시민의 자존심마저 내팽겨 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주시 역시 조상의 정신과 우리 역사가 담긴 건축물을 굳이 이축해 전주를 방문하는 귀빈들이 하룻밤을 지내는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게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가 해야 할 바람직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서울 고궁박물관에 전시중인 태조어진을 전주 경기전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주시가 김제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택을 이전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할일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재를 올바로 관리하고 그 의미를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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