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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가는길
작성자 :
이상문
날짜 :
2007-12-27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서 세계 11, 12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년 말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달러를 넘어설 조짐이다.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한 지도 11년이 지났고, 머잖은 장래에 한국 증시의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쯤이면 우리도 선진국으로 자처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계를 향해 자신 있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참다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경제력 외에도 건실한 복지제도와 문화적 기반, 그리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경제력만 선진국 대열에 이제 막 들어섰을 뿐 복지수준과 문화적 성숙도, 그리고 시민의식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복지수준은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볼 때, 선진국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문화적 성숙도와 민주시민의식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의 문화적 성숙도와 민주시민의식은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요소일뿐더러, 국가 브랜드 이미지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첫째 가는 덕목은 질서의식과 준법정신이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이젠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과 공권력을 두려워하고 존중함으로써 ‘떼법’과 편법이 법 위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의사소통 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나와 다른 주장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입은 적을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는 옛말이 있다. 거기다 겸손과 양보, 그리고 칭찬은 사람과의 관계를 한층 더 부드럽고 맛깔나게 하는 양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선진 시민의 또 다른 미덕은 신뢰와 투명성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올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0개 국가 중 25위에 그쳤다. 공짜 심리를 버리고 공과사를 엄격히 구분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부정과 비리의 독버섯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시민 모두가 감시의 눈을 크게 떠야 할 것이다. 선진 시민들은 실용적이고도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한다. 무절제한 명품 쫓기식 충동구매나 과시적 소비에 빠지지 않고, 소득수준, 품질,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는 합리적인 소비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장미를 전해 준 사람의 빈 손에 아름다운 향기는 남는다.’는 말도 있듯이, 사랑의 손길로 하는 자원봉사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봉사자에게는 마음의 평화와 자기 존엄성을 맛보게 해준다. 미국의 경우 전체의 76%가 개인기부이고,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가구의 65%가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기부에 주로 의존하고 있고 개인기부가 매우 미약하다. 최근 들어 거액의 재산가와 인기 연예인, 그리고 김밥 할머니의 기부 미담들이 우리 사회에 온정의 불씨를 지피면서 기부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음은 참으로 바람직스럽다. 여성, 노인, 장애우와 같은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성장에만 집착하여 선진 시민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비록 3만 달러를 넘어설지라도 국민들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참다운 선진국의 실현은 요원할지 모른다. 지난 한 해 1천160만 명의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선진국을 여행할 때는 자연경관이나 유적만 보지 말고 선진국 국민들의 삶의 방식과 시민정신을 눈여겨보고 본받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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