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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7-11-02
요즘 사람들은 만나면 “바쁘죠?”하고 묻는데 이 때 어떻게 대답할 지 머뭇거린다. 바쁘다고 물었으니 “예, 바쁩니다” 또는 “정신없습니다”해야 질문의도에 충실한 답변이 될 것이나 짧게 “예”라고 대답하고 만다. 근데 무슨 일로 어떻게 바쁜지 상대방에게 짧은 시간동안 ‘바빠서’ 설명할 기회가 없다. 으레 바쁘겠거니 짐작하고 정작 바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표를 먹고 산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살고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산다고 한다. 참 재밌는 말이다. 표를 갈구하고 다니는 배고픈(?) 정치인들이 넘쳐서야 정치가 제대로 될 지 의문이다. 여하튼 사람들은 모임에 참석한 이유도 나를 만나는 이유도 표와 연관시켜 이해할테니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잘 보이려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 미인대회에 나간 사람은 하루 종일 이빨을 드러내는 웃음을 선사하려고 안면근육이 얼마나 혹사당하겠는지 상상해봐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각종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는 속에서 나는 우리동네 발전을 위해 애써주세요라는 ‘주민’을 만나기보다 우리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걱정하는 ‘시민’을 더 만나고 싶다. 주민들 입장에서야 지방의원이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로 보이겠지만 의원들이 진짜 해야 할 역할은 개개인의 어려움을 통해 알게 된 불합리한 법률(조례)을 만드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실제 지방의회에서는 예산(돈)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어 조례(정책)는 흔히 덜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의원이 갖추어야 할 미덕(?) “너무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가 힘듭니다. 살살하세요” 의원의 건강권을 충실히 챙겨주는 매우 고마운 공무원들을 많이 만난다.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을 따지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게 덕(?)을 쌓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공무원 피곤하게 하면 다음 선거 때 안된다’는 협박성 문구까지 따라붙으면서 말이다. 여기에 넘어가면 일은 집행부가 하고 의회는 감시 견제역할을 한다는 아주 기계적인 역할론에 안주하게 된다. 시민의 입장에서 이 정책과 예산이 어떤 이익과 손해를 끼칠 것인지 따져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의회가 할 일이 아니고 집행부가 할 일로 되어 버려 할 일이 별로 없게 된다. 의회는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한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어느새 집행부를 이해하려고 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예산과 감사는 의회의 핵심적 기능이지만 의정활동을 회의장에 국한시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구체적 수치와 오류를 찾아내는데 치중하다보면 자칫 정책배경과 같은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 이미 지방정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의 총계가 중앙정부예산을 넘고 있고 지방예산의 대부분이 국비보조사업이거나 국비에 따른 대응예산편성인 경우가 많아 중앙정부의 정책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지방정부사업에 대해 대안적 접근을 할 수 없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기간동안 몇 몇 시의원들과 관람한 미국의 아이다호주 주의회에서 의안을 다루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의회 법사위원회에서 불법체류자에게 운전면허취득권한을 줄 것인가를 놓고 주고받는 의원들 사이의 수많은 토론과 이해당사자를 불러서 벌이는 공청회, 회의가 끝난 후에도 불법체류자와 로비에서 선채로 벌이는 입씨름을 보면서 이런 치열함과 진지함을 우리의회에서도 항상 목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의회활동을 하기 전에는 의원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나 막상 접해 보니 도처에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널려있는 것이다. “할 일은 많고 모르는 건 너무 많다” 요즘의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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