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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 경계
작성자 :
김호서
날짜 :
2008-01-08
노무현정권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독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균형발전차원의 강력한 수도권규제 조치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경제를 실리겠다며 수도권과 대기업의 규제완화를 위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선인 진영의 속내가 수도권 규제완화에 있을까 걱정은 했지만,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인수위는 최근 총리실 업무보고를 청취(聽取)한 직후, " 전체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폐지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이에 맞춰 다음주 초 예정된 건교부, 재경부, 산자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가 핵심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산자부는 수도권 규제를 비롯, 환경 및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중점 보고사항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지자체를 4등급으로 구분해 지원을 차등(差等)한다는 2단계 지역균형개발 전략도 폐지를 결정한 모양이다. 어떤 것이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으로 나올지 아직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인수위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 기업환경에 대한 수도권 지역의 경직(硬直)된 부분은 손을 봐야한다" 고 공언(公言)하는 것으로 미뤄, 상당히 광범위하게 진행되리라 짐작된다.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란 수도권 공장증설이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바뀔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비수도권에선 '올 것이 왔다'는 생각들인 것 같다. 수도권에 대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 가겠다는데, 무슨 논리로 규제억제 정책을 고집할지 난감하다. 선(先)지방육성, 후(後)수도권 규제완화란 지방의 외침은 일자리와 투자 앞에 제목소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 GRDP(지역내 총생산)의 47.4%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고 면적 기준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8.3%가 몰려 살고 있다. 2007년도 미 포춘지가 세계 500대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발표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총 14개 기업 중 10개가 서울에, 성남에 2개가 위치해 있다. 수도권 비율이 86%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도 워싱턴에는 단 한 개의 500대 기업도 없다. 세계 최대 도시라는 뉴욕조차 45개로 미국 전체의 27.8%에 불과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는 5.4%, 영국은 63.6%, 프랑스는 74.3%, 일본은 74.6%로 수도권 집중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하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파리집중억제 정책, 런던과밀억제 정책, 동경과밀 해소책 등을 수립,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1960년대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수립 추진해 왔고, 일본은 1988년부터 동경 일극 집중의 해소와 다극분산형 국토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균형발전은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문제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실시한다면 지난 5년간의 균형발전 정책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1단계 균형발전에서 확정한 혁신도시 건설뿐이다. 어제까지 균형발전을 국가 핵심정책이라고 떠받들던 관료들이 하루아침에 수도권 및 대기업 규제 완화론자로 돌변하니, 정부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수도권 자치단체가 주장하는 수도권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 규제 때문이란 것은 억측이다. 오히려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가 야기(惹起)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이 발전 못한 까닭은 누가 뭐래도 국가가 지방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환경·주택·교통에 드는 비용은 지방보다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이는 고스란히 정부와 주민이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친(親)기업 정부라 해도, 이런 사회적비용은 따져야 한다. 잘못 박은 대못은 빼야겠지만, 잘못 뺀 대못은 다시 박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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