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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노인집단의 강력한 목소리 필요하다
작성자 :
최병희
날짜 :
2008-01-03
산업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노인들 사이에서는 ‘6순위 인간’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다. 가정에서 1순위는 손자이고, 2순위는 며느리, 3순위는 아들, 4순위는 강아지, 5순위는 가정부 그리고 노인은 6순위라는 것이다. 가족 사이에서의 노인 소외문제를 노인들 스스로가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노인들이 겪는 고통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가정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을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에 헌신하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이 사회의 그늘진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인에 관한 각종 통계는 극히 비관적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지난 1939년 36세에 불과했으나 1960년 52.4세, 2000년에는 74.0세로 크게 증가했다. 노인인구 역시 1990년에 5.1%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7.1%로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14%를 넘어 초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추정되는 460만 여명(전체인구 9.5%) 가운데 72%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에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위라는 점이다. 참으로 부끄럽고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한 해 동안 만해도 65세 이상 노인 27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노인 10만 명 당 71명꼴로 미국과 호주에 비해서는 7배나 높은 수치라는 것.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다보니 노후에 대한 개인적인 준비 또는 사회적인 인프라가 미약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로 준비되지 않는 고령화가 빚은 가난과 질병, 외로움 등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이혼과 별거가 늘어나고 가정해체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연히 자식으로부터 소외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자식이 있으면서도 혼자 사는 독거노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 조차 가정의 역할을 대신할 만한 풍족한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현실이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공경이 미덕으로 칭송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노인에 대한 가학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이다. 자식 키우느라 평생을 희생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노인복지를 포함한 고령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면 노인집단의 강력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일례로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노인들이 정치적 압력을 가해 노인 복지정책을 사회적 관심사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미국도 노인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집단화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들도 이미 무시하지 못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들은 젊은이들의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에 비하면 노인들은 대단한 열성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선다. 연령별 투표율을 본다면 노인들만큼 중요한 공략 대상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들은 이런 노력에 불구하고 정치권의 대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경로당에서 절 한 번 받는 것으로 만족한다. 또한 각종 노인 복지 공약도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다. 노인들의 표심을 바탕으로 각 정당을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마련해야할 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인들이 정치적으로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채 대개는 일부 정치집단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인들이 이들에 대한 맹목적인 성원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앞날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의 미래가 될 노인계층의 정당한 이익 대변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들의 튼튼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정치세력과의 무조건적인 자기 동일시보다는 따져서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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