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평생을 체육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나는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적지 않은 질타를 받은 도체육회를 보면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달리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민선 체육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민선 체제로 전환된 체육회를 향한 지역 체육계의 열망과 기대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체육회의 성공과 발전을 기원하는 사람이자 체육인으로서 행정사무감사를 계기로 도체육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운영의 투명성 확보다. 도체육회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단체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라도 운영의 투명성 확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기관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투명한 행정업무 추진은 막대한 도민의 혈세가 투입돼 운영되는 도체육회가 도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관료적 틀에 얽매였던 도체육회가 일순간에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 조직으로 변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질기고 질겨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게 바로 조직의 문화와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영의 투명성 확보는 도체육회의 건강함을 입증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점을 체육회 스스로 성찰해주었으면 한다.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규정과 원칙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사실 이런 자세와 태도는 스포츠맨십을 관통하는 기본 정신으로, 기관 운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규정과 원칙 없이는 스포츠의 생명이라 할 공정성 또한 확보하기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이 도체육회의 규정과 원칙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민의 눈높이와 일반적인 정서에 미치지 못하는 규정이 적잖게 존재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규정상의 미비점은 이번 기회에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비해나가야 한다.
규정과 절차에 맞게 체육 행정을 추진하려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추진하는 체육 행정은 도체육회의 공공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선 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체육회에 대한 도민의 우호적인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선행될 때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유관 기관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한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도체육회는 숙명적으로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와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다. 소통과 협치는 자신의 몸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몸을 낮추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만이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법이다.
도체육회는 명실상부 전북 체육인들을 대표하는 기관이자 체육인들의 얼굴이다. 도체육회가 진정으로 전북 체육의 발전과 체육인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위해 헌신하겠다면 소통하고 협력하는 체육 행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도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고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도체육회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겸허함을 조직의 문화로 가꾸어나가야 한다.
모쪼록 도체육회가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 내용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 혁신을 통해 도체육회가 내년 출범하는 특별자치도를 풍성하게 일궈나가는 주역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승우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일보 2023.12.0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