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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박 영감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3-11-27

‘전설(傳雪)’의 고향, 정읍에 첫눈이 내렸다. 달력이 한 장 남았다. 한 해가 어떻게 간 줄 모르겠다. 지난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전후로 전개된 전라북도의 역경에 정신이 없었던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게다.

정부의 터무니없는 새만금 SOC 예산삭감에 맞서 전북도의원들은 삭발과 단식투쟁으로 항거했다. 끝내는 전북도의회에서 서울 국회까지 상경 마라톤 투쟁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주동자는 ‘박 영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박정규 동료의원이다.

주름 투성 생김새부터가 영락없는 시골 영감이다. 밥은 굶어도 담배는 못 끊는 골초 영감이다. 고집불통이다. 한번 맘먹으면 며느리도 못 말린다. 꼰대다. 집행부에 질의를 짧게 하자고 제안해 놓고선 동료의원의 질의까지 호통친다.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사는 욕쟁이 할애비다. 화장실에 데려가 쥐어박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상경 마라톤 투쟁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를 비롯한 동료의원들은 실현 가능성과 동참 여부, 그리고 효과 유무를 따져 만장일치로 반대했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막막했다. 하지만 그는 명료했다. “대통령 본인이 한 공약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이 정부에 과연 새만금과 전북의 운명을 맡겨도 되는 것 인지 의문”이라며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삭감된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위해 11월 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릴 ‘전북 범도민 총궐기대회’까지 국회로 뛰고 걷겠다. 길거리에서 만난 국민에게 예산삭감의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라며 출발 사자후를 토했다.

“중요한 것은 처지가 아니라 의지다.” 삼봉 정도전의 재림이었다.

박 영감의 무모함은 결과의 성패 여부를 떠나 최소한 세 가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그의 용기다. 말이 그렇지 280km를 뛴다는 것은 필자 같은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도 언감생심이다. 그것도 만인이 반대한다는 데 단독범행( )을 감행한다는 것은 평소 개똥철학( )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용기와 결단은 일본 천하통일 토대를 이루었던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평가다.

감격의 동료애다.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막상 동료가 뛴다니 김이재 행정자치위원장을 비롯한 동료 도의원들이 동행을 자처했다. 13일 동안, 박정규 의원 단독으로 뛴 것은 단 하루다. 황영석, 문승우 의원은 노구를 이끌고 스타트와 피니쉬를 함께했다. 서난이 의원은 김성수 의원과 폭우 속에 이틀을 달리면서 발목을 다쳤다. 필자와 더불어 박 영감에 가장 반대했던 권요안 의원은 필자 다음으로 장거리를 달렸다. “야~느그들 전라도가 도로 전세냈냐”라고 비난받은 외로운 상경 마라톤이었다. 동료애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역사였다.

감동의 경찰이다. 박 영감이 여의도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경찰의 안내와 보호 덕이다. “장모가 부안에 삽니다. 우리 아버지 고향이 남원입니다”라며 전북의 아픔을 함께해 주었다. 구간별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에스코트와 컨보이 임무를 수행했다. 대한민국 경찰이 이토록 체계적이며 헌신적일 줄 몰랐다. 예외가 있었다. 전북경찰은 집회 신고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서울행을 방조했다. 아니 방해했다. “법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똑같이 집회 신고가 늦었지만 충청남도는 달랐다.

꼴통 박 영감은 국회에 도착할 즈음 발목 부상이 도져 골인이 어설펐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명징했다.

“새만금 예산 복원하라~.” “전북 홀대 중지하라~.”

염영선 전북도의회 대변인 / 전북도민일보 2023.11.2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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