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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카톨릭교회에서 나온 중세법의 중요한 원리 중 한 명제인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가 있다.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는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는 뜻의 라틴어 법격언이다. 오늘날 전 세계민법과 국제법의 대원칙이다. 로마법의 신의칙(bona fide)에서 유래한 것이다. bona fide를 신의성실의 원칙이라고 부르며, pacta sunt servanda를 계약충실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계약충실의 원칙은 강행법규와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국제법상 국가 사이의 약속은 물론, 사법체계상 개인 사이의 약속도 계약에 근거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팍타 순트 세르반다의 원칙이 위반되는 경우 따라오는 ‘혼돈’(chaos)은 국가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혼돈(chaos)은 어원적으로 보면, “입을 벌리다”라는 뜻을 가지며, ‘거대한 틈’ 또는 ‘텅 빈 공간’, 즉 공허의 의미에서 파생했다고 할 수 있다.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말 그대로 혼돈의 상황에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헌법상 약속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 혼란과 어려움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은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pacta sunt servanda를 하지 않아서 초래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헌법수호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서 자초한 것이다. pacta sunt servanda를 하지 않아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헌법수호의 개념은 일의적이지 않지만, 헌법이 확립해 놓은 헌정생활의 법적·정치적 기초가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일정한 헌법적 가치질서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헌법수호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일찍이 칼 슈미트와 한스 켈젠의 논쟁이 있었다. 슈미트는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고 국가긴급권의 보유자인 대통령이 헌법의 수호자로서 최적이라고 했다. 반면에, 켈젠은 헌법수호를 위헌법률의 저지로 보면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러한 견해들은 모두 특정 기관에 헌법수호의 주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으며, 오늘날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헌법의 규범력을 존중하려는 의지를 지닐 때 헌법수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헌법수호의 궁극적인 주체는 국민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이는 국민과 국가 또는 국가기관의 관계에서 도출되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며,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부터 확인되어야 하는 직접적인 교훈은 헌법적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며,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이다.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를 비상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으로 파괴하려 했던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 국민과의 헌법적 약속인 헌법수호 의무를 pacta sunt servanda 하지 않은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의 대표자도 아니며, 한순간도 대통령직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헌법수호의 궁극적 주체는 국민이며, 헌법은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소중한 규범적 자산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작금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황을 pacta sunt servanda 원칙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을 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정자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때는 우린 그것을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고 비판한다. 자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믿지 못할 사람’ 또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마음 속에 각인할 때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pacta sunt servanda가 의미하는 것은 대통령의 엄중한 헌법수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했던 약속은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고 매도되어야 한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위정자, 신뢰할 수 없는 대통령으로 각인되어도 당연하고 마땅하다. 헌법상 pacta sunt servanda를 하지 않은, 즉 헌법수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헌문란의 내란을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탄핵인용 결정하기를 기대한다.장연국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민일보.2025.03.0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