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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ROTC로 불리는 학군사관, 학사사관, 간부사관, 육군 3사관학교 등 총 다섯 가지의 장교양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 기득권이 가장 센 집단이 사관학교출신들이고 사관학교 중에서도 가장 파워 엘리트로 군림하고 있는 집단이 육사 출신들이다.이유는 단순하다. 병력 규모가 가장 큰 군이 육군이기 때문이다. 병력수가 많다는 것은 부대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부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진급자리가 가장 많은 군이 육군이기 때문에 사관학교 중에서도 육군에 속하는 육사가 가장 힘이 센 것이다.실제 별 4개 대장도 핵심 요직은 대부분 육사가 독식해 오다시피 했다. 몇 년 전 육군 편제가 지상작전사령부로 개편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대장은 한미연합사부사령관, 합참의장, 3명의 각 군 참모총장, 1군사령관, 3군사령관, 2군사령관 등 총 8명이었다. 이중에서 해군과 공군참모총장은 육군이 아예 침범할 수 없는 자리이고 합참의장은 육해공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자리인 탓에 해군과 공군을 앉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는 일종의 반발을 의식한 달래주기 성격이 짙었다. 그 이외의 나머지 한미연합사부사령관과 육참총장, 1, 2, 3군사령관은 모두 육군의 독차지가 되는 것이다.여기에 육사가 아닌 비육사 출신은 낄 자리가 거의 없다. 다만, 2군 사령관의 경우 비육사 출신이 맡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는 2군사령관이 우리나라의 후방작전을 담당하는 탓에 한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요직인 1군(동부전선)과 3군 사령관(서부전선)은 육사출신 몫으로 남겨두고 비육사 출신 대장 한 명을 2군사령관에 보임함으로써 육사 독식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8개의 대장 자리, 현재로는 7개의 대장 자리 중에서 적어도 4자리는 붙박이로 육사가 독식하는 구조인 것이다.그래서 군내에서는 군수뇌부 인사에서 육사 기득권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는 요직 중의 요직인 육참총장에 비육사 출신이 진출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비육사 출신의 남영신 장군이 육참총장에 보임되는 매우 파격적인 군수뇌부 인사가 단행된 적이 있었다.그러나 남영신 장군은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뿌리 깊은 육사기득권에 막혀 온전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취지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머리가 바뀌어도 머리를 보좌하는 실세참모진들과 국방부 정책부서의 장성들이 온통 육사 출신 일색이고, 수십 년 동안 공고히 쌓아 올린 육사 기득권의 장벽이 있을 테니 그가 느꼈을 답답함이 능히 짐작할만 하다.어찌 됐든 육사는 창군 이래 우리나라 군을 대표하다시피 하고 가장 강력한 파워엘리트로 군림해 왔다. 철옹성같은 기득권의 성을 구축하고 온갖 수혜를 만끽해 왔다. 문민정부 시절 이전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육사출신 장교들은 병력수로 승부하는 병력군 개념에서 해군 공군 중심의 기술군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군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분단현실을 빌미로, 그러나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 침해를 우려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그러면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온갖 특혜를 누려온 육사는 과연 그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보여주었을까. 오히려 그들은 세 번의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려고 했다. 국가가 제공한 풍요로운 혜택을 국가 반란으로 되갚아준 것이다.12·3 친위쿠데타도 마찬가지다.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주요 종사자들이 죄다 육사 장교들이다. 반성도 없다. 국회에 출석해서 답변하는 걸 보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명예도 없어 보인다. 구차한 변명과 허위 진술이 판을 친다. 육사 폐지론까지 거론되는데 모두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나도 짧지만 군복무를 장교로 했다. 근무지가 육본이었던 탓에 수많은 장성들과 고위급 장교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출신을 막론하고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 지금 사태에 더욱 안타까운 심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인데, 차제에 쿠데타로 얼룩진 육사의 기득권을 깨뜨리는 과감한 군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육사는 물론 군 전체 장교집단이 호국간성(護國干城)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장연국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민주당원내대표 / 새전북신문. 2025.02.2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