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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관광과 치유음식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02-20

이삼십 년 전 선식(仙食)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선식은 단어 자체의 의미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건강한 식단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선식에 대한 대중적 선호도가 식당이 우후죽순 생길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건강한 먹거리로 입소문을 타면서 애써 선식만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선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찾기 어렵지만 여전히 건강한 먹거리, 먹으면 몸에 보가 될 수 있는 음식을 갈구하는 대중의 욕망은 존재한다. 단지 지금은 과거 선식에 대한 선호가 채식 뷔페나 유기농 식품 구입 방식 등으로 변했을 뿐이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좀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식약동원(食藥同原) 즉, 음식과 약의 근원이 동일하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이 ‘밥이 보약’이라고 늘상 말씀하셨던 것도 기실 식약동원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삼시 세끼 식사는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인 반면, 약을 먹는다는 것은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행위인데, 이 둘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통찰은 흥미로우면서도 탁월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이제는 선식이 유행했던 과거와 달리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관광 영역에 적용되면서 미식관광이라는 개념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먹거리가 지역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여행은 복합적인 경험을 내포하는 행위지만 무엇보다 보고, 맛보고, 경험하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여행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식관광이라는 관광의 하위 영역이 최근에야 등장한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북은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고 실제 그렇게 도시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미식관광 경쟁력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세가 약해 지역관광 진흥을 민간투자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반면, 먹거리 즉, 미식관광이라는 콘텐츠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식관광에서 전북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맛의 고장’이라는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다. 전북은 농산물 자급률이 높다.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구수 대비 농산물 생산량 비중은 상당히 높다. 

실제 쌀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15.7%를 차지하고 보리는 56.7%, 콩은 27.2%, 밀은 41.1%, 그리고 고구마는 19%를 차지하고 있다. 배추나 무, 고추와 같은 작물 생산량 비중도 다르지 않다. 결국 전북의 농업생산력을 미식관광과 연계시키면 농업도 살고 관광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는 홍보와 브랜딩이다. 맛의 고장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전북에게 유효한 카드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너무 전통적인 나머지 상투적이다. 전북에 가면 지역에서 거둔 농산물로 맛좋고 몸에도 좋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콘텐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정교한 전략으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조리학과가 개설된 도내 대학과 연계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이다. 미식관광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북만이 아니다. 관광 분야는 지자체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미식관광 역시 다수의 지자체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맛의 고장이라는 고루한 타이틀에만 머물 게 아니라 민관학이 함께 해서 다양한 먹거리 개발에 나섬으로써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 

치유음식이 한 가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먹거리에 대한 우리네 전통적인 관념은 식약동원이다. 이것이 과거 선식을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식약동원 관념과 좋은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여전한 것이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치유음식만한 콘텐츠가 또 있을까. 행정당국과 대학, 농업 등 민관학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명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 전라일보. 2025. 2.2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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