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링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및 주소,전화번호 안내 바로가기

성숙한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5-01-02

지난 1963년 출간된 시민문화(The Civic Culture)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 성숙도 간의 연관성에 대해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저자인 알몬드와 버바 교수는 너무 과도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미약하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의 참여 문화를 구축할 때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역설했다. 정치적 과몰입은 사회적 불안정을, 정치적 무관심은 권위주의로의 후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은 그 적정선을 찾아나가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최근 그 해법으로 대한민국의 탄핵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대한민국이 성숙한 참여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적 변화를 이끄는 시민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평화로운 시위 문화에 주목했다. 그 어떤 폭력적 사태도 없었고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 시위 현장을 극찬하며 “시위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고 유래 없음을 강조했다. 일부는 “K-컬쳐가 민주주의에도 스며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평가에 적극 공감한다.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한 불법 계엄을 겪은 세대로서 거대 권력에 맞서는 시위 문화가 이렇게 빠르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특히 놀랐던 것은 성년도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위 현장에 함께 했던 것이다. 이유에 대해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 한 때 민족은 문화적 DNA를 공유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의 우수한 시민의식을 이 말 말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만, 법치의 사회에선 대부분의 사안이 제도로 귀결되기에 국민들이 이룩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허점에 대해 충실한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계엄령과 관련된 법 정비가 필수다. 이번 계엄은 내용도 절차도 엉터리였지만, 무엇보다 선포는 날치기, 해제는 굼벵이 식인게 문제였다. 전시가 아닌 계엄 선포의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거나 계엄 해제 의결 시 국무회의 심의 없이 즉각 해체토록 하는 등 더욱 세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중대사안에 대한 의결 참여도 의무화해야 한다. 정확히는 계엄 해제나 탄핵안 등 중대사안을 당론으로 표결 자체가 불성립하게 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사항을 담은 입법안들이 다수 마련되었기에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핵 이후 호모심비우스(Homo Symbious)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호모심비우스란 투쟁이 아닌 공생을 지향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 과정이 축제였어도 탄핵이 남긴 상처는 모두가 분담해야 하기에 치유의 정서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와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주의에서 갈등은 필연적이고, 아직 우리 사회에는 많은 갈등 요소가 상존해 있다. 정치가 지닌 가장 신통한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고 했다. 과거 민주화 세대로서 성숙한 참여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듯, 현재 정치를 업으로 하는 도의원으로서 공생의 가치가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종복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4.01.02.(목)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