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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12.12를 앞둔 12월 3일 밤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번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는 천박한 욕망으로서의 정치가 불러온 참극이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천박한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 찬 국가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지키기는 데 혈안이 되어 국민을 적으로 돌려 세운 것이다. 놀라운 것은 윤석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다고 하거나, 국회를 향해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매도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담화 내용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내뱉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윤석열은 또, 한밤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을 친애하고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치겠다고 했다. 난데없는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국민을 친애하고 국민 여러분만 믿겠다고 하는 형용모순도 기가 차거니와 설상가상으로 쿠데타가 무위로 끝난 직후 국방부장관은 ‘중과부적’이라고 했으니 망발도 이런 망발이 없다. 중과부적. 숫자가 부족해서 적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인데, 국회를 지키려고 했던 국민의 대표자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적이라는 말 아닌가. 자고 나니 선진국이 되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자고 나니 혼돈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회자된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들과 국회의 기민한 대응으로 6시간만에 비상계엄 선포는 해제됐지만 ‘12.3 사태’는 21세기 한국현대사의 변혁을 규정하는 비극적인 키워드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다. 몇 년 전부터 모락모락 연기 피우듯 조짐이 보였던 쿠데타가 어떻게 간밤에 기습작전 감행하듯이 강행될 수 있었는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와 사법 처리가 뒤따라야만 한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1979년 12.12 쿠데타와 다른 게 있다면 45년 전은 ‘성공한 쿠데타’였고, 이번은 ‘실패한 쿠데타’였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그 유명한 망언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문장이다. 저들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을 적으로 돌려세운 12.12 군사반란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를 운운하며 면죄부를 줬다. 그들의 논리를 따르자면 이번 쿠데타는 실패한 쿠데타로 그쳤으니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막스베버가 역설한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인이 직업 또는 소명으로서 정치를 함에 있어 올바른 욕망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대의와 윤리, 신념 등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자리라면 더 말할 게 없다.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인도하는 길을 가장 철저하게 따라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그러나 2022년 5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이제는 대통령으로서의 실체적 권위를 모두 상실하고 마른 장작으로 전락해버리고 만 윤석열은 스스로 하야하는 것만이 마지막 남은 책무다. 지난 2년 7개월의 기간은 천박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 국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되면 국가를 어느 수준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암흑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 끝은 무모한 친위 쿠데타 시도였다. 다시는 천박한 욕망으로서의 정치가 판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12.3사태’가 우리 모두에게 안겨준 과제가 아닐까.
김정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