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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거부권의 진짜 피해자는 결국 국민

작성자 :
의정홍보담당관실
날짜 :
2024-12-03

11월 기준 117년만의 집중 폭설도 분노한 국민의 함성을 멈추진 못했다. 대통령 부인의 범죄 혐의 규명을 위한 특검 법안이 대통령에 의해 ‘마침내’ 세 번째로 거부된 것이 계기였다. 

항산항심(恒産恒心). 맹자에서 유래한 문구로 먹고 살 수 있는 항산이 있어야 일정한 선한 마음인 항심도 지닐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삶을 살피는 민생에 있음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인용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생을 포기한 채 야당을 억누르고 국민과 싸우는 길을 선택했다. 

2024년 11월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통과한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24번의 거부권을 행사해 87년 체제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해졌다.

당장의 국민적 분노는 ‘김건희 특별법’을 향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반복하는 거부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생 회복의 요구조차 거부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은 식량 안보의 핵심인 쌀의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은 세금 낭비와 같은 이유로 거부권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두 번째 거부권의 대상이 된 ‘간호법’은 거부권 정치의 모순을 드러내는 대표적 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간호법에 대해 작년 5월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올해 8월 간호법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자 거부권 없이 받아들였다. 지역사회 표기와 PA 간호의 법적 근거 등의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거부권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작년의 거부와 올해의 동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거부권 정치로 희생된 민생 법안은 이것 만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란봉투법’을 거부했고 긴급 입법과 후속 대책이 절실했던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 지원 방식을 이유로 돌려보냈으며(이후 수정 입법 통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을 폐기했다.

국민의 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한 입법 역시 거부권의 벽 앞에 주저 앉았다.

서울이 자랑하던 축제에서 국민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이태원 특검법’을 부정했고 병역 의무를 다하며 실종자를 수색하던 청년 해병이 왜 죽었는지 진상을 밝히자는 ‘채해병 특검법’도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은 사회적 대화로 의제와 정책을 세우는 입법 과정의 소중함과 집단의 의사를 조율하고 정립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함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하고 막중한지 보여준다. 대통령 입맛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용되는 거부권의 폐해를 생생히 일러줬다.  

국민의 삶이 편안하고 일상 속 정의가 바로 설 때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고 국가를 긍정한다. 대통령이 거부한 민생 문제와 방치한 전북 현안을 더욱 정교하게 분석하고 다듬어갈 것을 제안하고 또 다짐해본다.

김슬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라일보. 2024.12.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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