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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 음악실에서 전통악기의 장단을 배우던 학생들의 눈이 반짝인다. 처음 접하는 장구의 매력에 빠져든 아이들은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둘 장단을 익혀간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진행되는 교실 풍경이다.그러나 이런 귀중한 교육 현장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의 2025년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예산 삭감으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이러한 수업들이 중단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정부의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예산이 전년 대비 72% 삭감되었다. 2024년 287억 원 규모였던 예산은 2025년 80억 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며, 특히 예술강사들의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2023년 574억 원이었던 예산이 불과 2년 만에 80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예술강사들이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예술강사들이 그간 교육현장에서 만들어온 변화와 성과는 실로 놀랍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학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해왔다. 단순한 기능 교육을 넘어 학생들의 자기표현력을 키우고,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며, 예술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었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강사들의 수업이 가져온 실질적인 변화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통예술 수업을 통해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연극 수업을 통해 내성적이던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성과들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더 큰 문제는 정부의 예산 삭감이 학교예술강사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교예술강사들은 이 사업을 통한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는 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무용 강사는 월세도 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연극 강사는 20년간 쌓아온 교육 경력을 뒤로하고 생계를 위해 배달 일을 시작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예술강사들의 처우 악화는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수한 예술교육 인력의 이탈은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예술강사의 유입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학교 예술교육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결국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그 타격이 더욱 클 것이다. 학교예술강사들의 수업은 이들에게 양질의 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한 고등학교 학생은 “미술 강사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내 안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른 중학생은 “국악 수업을 통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소중한 교육적 경험들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학교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창의적 역량이다. 따라서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단순한 예산 절감의 대상이 아닌, 미래교육을 위한 핵심적인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정부는 이 사업의 예산 삭감 결정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학교예술강사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투자이자, 문화예술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울리는 예술의 심장 소리가 멈추지 않도록, 지금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장연국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민일보. 2024.11.0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