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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작성자 :
이영조
날짜 :
2009-03-16
2009년 새해, 새로운 꿈을 가슴에 품고 힘차게 달려오니 어느덧 3월이다.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지금 세상은 어느새 온통 봄빛으로 출렁이기 시작했다. 들에는 파란 새싹이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며 인사하고, 나목들은 추위에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추위에 긴장한 듯 굳어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생동감 넘치는 이 계절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항상 미래만 조준하며 스케줄이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를 하루에도 십 수번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삶 속에 갇혀 주변을 살피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한 과정인데 우리들은 그 시간을 부인하며, 틈을 주지 않는다. 이제 도심 속 고층빌딩과 아스팔트위의 자동차에 익숙해져 지금껏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렸던 삶의 속도를 늦춰 한 템포 쉬어가게 할 때이다. 삶의 무게에 찌들어 있는 우리 자신에게 빈 마음으로 거리를 걸으며 매혹적인 따스한 햇살을 받는 마음의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예전부터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걷는 자만을 위한 길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들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프랑스의 다비드 드 브르통은 '걷기예찬' 에서 걷기를 '삶의 불안과 고뇌를 치료하는 약' 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이름이 붙여지진 않았어도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옛길들이 많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인 다산초당에서 강진 백련사까지 오솔길을 걸으며 '목민'(牧民)을 생각했다고 한다.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는 파워 워킹은 잠시 잊고, 몸의 긴장을 풀어 여유를 갖고 느릿하게 걸어보자. 온 몸의 숨구멍을 열어놓고, 길을 걷다 보면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구축하는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벚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9일 정도 빠를 것이라고 한다. 완연한 봄의 전령사인 벚꽃을 비롯한 봄꽃을 찾아 떠나보자. 넓게 펼쳐진 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마음과 몸의 병은 치유될 것이다. 중세의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 여행은 자신의 편협적인 생각과 아집에서 벗어나 좀 더 겸허해 지고 솔직해 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사람은 전혀 새로운 것 앞에서 변화하는 나 자신을 보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런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 지는 존재이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 평론가 풀러는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 라고 말했다. 여정 속에서 예정된 우연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많을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여행을 미루는데 이는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석 달째인 지금, 지난해 보다 더 바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겨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삶의 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여행은 두 배의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가족과 여행을 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면 그 곳에서 찾은 행복감으로 고단한 삶을 180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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